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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패션사업 ‘이제 본게임’
2018. 04. 11
국내 패션기업들이 모두 혼란에 빠져 있는 지금, 시원한 그녀의 일갈은 시장 상황을 무색케 한다. ‘차이나 이펙트’도, ‘코리아 프리미엄’도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지금 중국시장의 환상을 깨고 다시 시작하자는,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는 송종선 에이컴메이트 상하이 대표. 중국 티몰의 가장 큰 벤더 중 하나로 한국 패션 브랜드들의 온라인 거래를 도우며 업무상 대부분 시간을 중국에서 머무르는 그녀를 서울 사무소에서 만났다.
송종선 에이컴메이트 상하이 대표
국내 온라인 1세대가 대체로 패션몰로 시작한 만큼 온라인 패션 전문가로 불러도 무색하지 않은 그녀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후 동서증권 전산실을 시작으로 지난 23년간 그가 걸어 온 길은 KT(E커머스 사업), 바이앤조이닷컴, 더제이미닷컴 등 온라인 일색이다. 94년 PC통신 시절부터 한국 온라인 시장의 변화를 경험한 이후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 역동적으로 바뀌는 대륙의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한 이력의 주인공이다.
10년 전 창업자인 강철용 대표가 중국에서 에이컴메이트를 설립한 이후 그녀는 2010년 이 회사에 합류했다. 직구로 출발한 에이컴메이트는 아직 한중 온라인 사업 비중이 크지 않았을 때 상하이에 설립돼 이후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그녀는 작년에 대표로 승진했다. 올해 에이컴메이트의 연매출은 2000억원(거래액 기준)이다. 이 중 에이컴메이트 상하이 법인이 1300억원, 더제이미닷컴이 400억원, 백방닷컴이 300억원의 비중이다.
에이컴메이트는 홍콩에 있는 지주회사(공동대표 강철용 이윤식)가 각국의 지사를 100% 지배하는 구조다. 상하이 지사 외에 CS센터가 있는 옌청(鹽城), 한국(더제이미닷컴, 백방닷컴), 소싱을 담당하는 미국 뉴저지, 이렇게 4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사드 국면 이후 냉각된 현재의 중국 상황에 대해 송 대표의 생각을 들어본다.
- 사드 국면 이후 한중 패션비즈니스는
“중국 소비자와 유통, 시장이 너무나 빠르게 성장 변화하고 있어 그것을 쫓아가기도 힘겨운데 그 가운데 맞이한 사드국면은 분명 위기다. 소비자만 봐도 중국 여성들의 패션, 화장,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정말 엄청나다. 이제 한국과 중국 여성을 잘 구별하기 어렵다. 외국인들만 가던 스타벅스에는 이제 줄을 서서 사야할 정도다.
사드같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 보면 중국 입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반면 한국은 모든 것을 한국 기준으로 본다. 중국 안에서 보면 한국은 전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 중국은 유럽,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좋은 브랜드들이 다 들어오고, 전 세계에 중국인이 안 가는 곳이 없고, 모든 국가와 네트워킹돼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랜드의 경우 중국에서의 성장이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과 역사를 같이했다. 백화점이 늘어나 이를 채웠어야 할 때 이랜드 한 기업을 잡으면 20~30개 브랜드가 들어오고, 그만한 감도를 맞춰줄 곳이 많지 않을 때 시장을 선점, 현지화하며 성장한 것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다른 한국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후 「자라」 「유니클로」 「H&M」이 모두 중국에 들어왔다. 시장성이 워낙 크니까 한국에 없는 전 세계 브랜드들도 다 들어온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인이 많이 오고 많이 사 주니까 우리를 아주 사랑하나 생각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영국, 프랑스, 일본에 갔을 때 거기 브랜드를 더 많이 좋아하고 더 많이 산다. 다만 물리적으로 가깝고 싸고 면세점에서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한국적 시각으로 과대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들을 재정립 해야 할 시점이다.”
- 에이컴메이트 사업 현황은
“에이컴메이트는 중국 내 쇼핑몰 판매대행으로서 티몰, 진둥, 샤훙수, VIP 등을 통해 브랜드 상품을 유통 · 판매하는 일을 한다. 단순한 운영 대행도 하고, 좋은 상품이 있는데 전문 인력이 없는 회사는 계약해서 아예 쇼핑몰을 운영해 주기도 한다. 라이선스 제품을 매입해 우리 명의로 온라인 브랜딩을 하기도 한다. 「정관장」 「닥터자르트」 같은 경우 우리 책임으로 물건을 사입하고 양 사가 노력해서 판매한다.
중국에서 우리는 한국 브랜드에 특화된 회사다.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상품을 다 판매하는 포트폴리오를 지향하지만 한국 비중이 가장 크다(90%). 한국 상품을 강점으로 성장도 많이 했지만 만약 우리가 중국 상품에 주력했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컸을 것이다.
단순 운영 대행은 의사결정권이 브랜드에 있고 우리는 오퍼레이션을 하는 방식이다. 될 만한 상품을 사서 우리가 마케팅을 붙여 판매하는 PB도 있는데 패션은 다품목이라 어려움이 있다. 현재 이랜드 키즈와 여성복, 지엔코의 「서스데이아일랜드」 「티아이포맨」, 더휴컴퍼니의 「UGIZ」, 「햇츠온」 「난닝구」 「알로앤루」 「제로투세븐」 「아모레퍼시픽」 이마트 등 30여개의 티몰 운영을 대행한다. 과거 패션이 100%였으나 현재는 50~60%, 화장품이 20~30%를 차지한다.
이 밖에 화장품 브랜드 「셀라피」의 경우 아예 우리가 주도해서 중국시장을 개척해준다. 운영 대행으로 시작해 이제는 많은 노하우와 업력을 갖춰서 단순 운영 대행 계약보다는 적극적인 관계로 진화하는 협력사들이 많다. 중국 회사는 매우 상업적이기 때문에 한국 회사들이 사후에 당황하거나 이해도가 다른 경우가 너무 많다. 중국 사람이 설사 한국말을 잘 해도 같이 회의를 하면 문화와 이해도가 다르다. 우리는 금방 돈이 되지않아도 차후를 위해 좀 더 결합도가 높은 일을 한다.”
- 중국에서의 성장 과정은?
“에이컴메이트는 그동안 중국 직구시장을 개척해 왔다. 독립 사이트인 더제이미닷컴으로 시작했다. 10년 전 물건을 사 가던 고객이 바로 타오바오의 셀러들이었다. 그 셀러들이 「난닝구」 「체리코코」 「스타일난다」 등 한국 상품을 중국에서 팔고 싶어 했는데 매일 신상품이 나오고 변화가 빠르니 제이미닷컴이 이를 대신해 줬다. 제이미에 회원가입을 하고 상품을 클릭하면 아주 간단하게 타오바오에 등록되도록 해 줬다.
중국 셀러들은 자기 고정고객군이 있어서 메신저로 고객과 소통해 판매 활동을 한다. 판매가 이뤄지면 우리 사이트에서 주문을 한다. 그러면 우리가 한국에 있는 제품을 그 고객에게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배송했다. 타오바오 셀러 입장에서 볼 때 한국에 안 가도 되고 제이미 사이트에 가서 알리페이를 이용해 위안화로 지불하기만 하면 알아서 고객에게 배송까지 해 주는 그런 편의를 제공해 준 것이다.
한국의 업체들에게는 아직 신뢰가 없던 초기라 주 단위 정산을 약속했고, 배송 지연을 막기 위해 물건 픽업을 위한 배송차를 돌렸다. 주 단위로 정산을 착착 해 주고 점점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검증되자, 점차 ‘제이미가 가져가면 월 1억원씩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업이 급성장했다. 지금 그쪽 시장이 많이 정체됐지만 여전히 한국 패션 도매 플랫폼으로서 50~100개사와 거래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토대를 마련했고 현재도 연간 400억~500억원 규모를 유지한다.
또 하나가 B2B2C(기업 간 거래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결합시킨 형태의 전자상거래) 모델이자 독립 사이트로 운영하는 백방(100bang)닷컴이다. 구매대행 사이트인 꼬포유닷컴(Gou4u닷컴)에 찾아 주는 기능을 도입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백방닷컴으로 바꾼 지 2년 됐다. ‘백방(100bang)’은 한국어로 ‘백방으로 알아봐 준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중국어로도 ‘100(百, 많은) + 방(帮, 돕다)’, 즉 ‘많이 도와준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소비자가 송혜교 사진만 올려도 그녀가 입고 있는 옷과 액세서리를 한국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찾아 준다. 이를 소비자가 구매하면 그 상품이 데이터로 저장된다. 현재 백방닷컴은 여전히 B2B 고객이 많은데 ‘지마켓에서 이거 10개 사 달라’ ‘11번가에서 사 달라’ 식으로 URL을 주기도 한다. 그럼 우리는 대신 구매해서 중국까지 배송해 주는 모델이다.
7년 이상 한국, 중국 회사들과 많이 일해 봤는데 초기에는 중국 진출도, 중국의 온라인 비즈니스도 활성화되지않아 매우 제한된 업체들과만 일할 수 있었지만,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직구시장이 열리면서 급속하게 커졌다. 이제 거래선을 소개해 주는 곳도 많고 인정도 받는다. 지난 3~5월에 사드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상반기 빅 세일의 결과를 보면 예상한 만큼 나와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에이컴메이트 직원은 총 450명인데 상하이 300명(한국인 9명 포함), 옌청 100명이고 한국에 40명, 뉴저지는 소싱이라 인력이 적다.”
- 한국 기업들의 對中 시각에 문제가 있다면
“지난 7년동안 수많은 한국 회사들이 물밀듯 중국 시장 진출과 함께 온라인에 밀려들었다. 하지만 직진출했다가도 이 시장을 단기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아서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이하이루 등 번화가에 매장을 냈다가 1년도 안 돼 매장을 접고 철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못 버티고 이랜드는 버텨서 오늘의 성과가 나왔다.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보면, 대부분 중국이 그냥 크다, 넓다, 들어가면 돈 벌 수 있다는 환상이 있다. 하지만 중국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면서 심지어 중국 소비자에 대한 연구도 하지 않는 것은 엄청 잘못된 시각이다.
직구시장이 열리면서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각하며 우수수 온라인에 들어왔지만 중국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문적인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 온라인이라 대충 될 거라 생각하는데 반드시 전문성이 필요하다. 중국어 하는 직원이 있어도 특수성이 있어 쉽지 않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한국 회사 입장에서는 들어가는 비용만큼 큰 매출을 기대하지만 쉽지 않다. 실적에 금방 실망하고 퇴점하거나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거짓말쟁이라고 하며 떠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중국은 변함없는데 한국 혼자서 업 & 다운 흥분했다가 실망했다가를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한국 회사들은 담당들끼리 공유하면서 알음알음 알게된 정도의 정보로 중국시장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중국 직구시장에 들어온 한 유명 회사의 경우 첫 달에 300만위안(약 6억원)은 매출을 올리겠지 생각했지만 나는 30만위안(약 6000만원)을 추정했다. 결과는 내 말이 맞았다. 그간의 경험 때문이다.
한국에서 80억원 매출을 올리면 중국에서는 200억원 올릴 수 있지 않나 단순히 계산하지만 그 매출은 불가능하다. 우선 경쟁 브랜드가 너무 많고 중국 공장에는 믿기지 않는 가격의 상품이 즐비하다. 한국 사람들이 10만원에 팔 만한 물건을 중국에서는 8000원에 판다. 하지만 사 보면 깜짝 놀랄 퀄리티다. 제품의 스펙트럼이 저가에서 고가까지 무척 넓다. 요즘 온라인 콘텐츠도 많이 좋아지고, 비주얼 촬영 실력도 많이 향상됐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끼리는 자기네 밭이니까 훨씬 더 잘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굳이 한국 상품을 사야 할 만한 이유가 별로 없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전 세계 경쟁의 장이다 보니 패션, 뷰티, 식품, 생활용품 등 어떤 카테고리든 이제는 전 세계 경쟁 우위에 있는 브랜드나 상품이어야 중국에서도 통한다. 한국의 SPA형 브랜드 상품을 사느니 티몰에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살 것이다. 아동복만 해도 유사한 디자인의 상품이 즐비하다. 중국인이 한국 아동복 브랜드를 좋아할 것이라는 건 환상이다. 실제로 중국 내의 아동복 시장을 보면 한국에서 생각하는 상품 풀이 100이라면 중국 기준으로는 1만, 10만개다. 그 가운데서 경쟁해 트래픽을 끌어와서 판매하려면 훨씬 더 힘들다. 한국은 단지 ‘원 오브 뎀’일 뿐이다.
물론 한국 패션 상품이 감도가 있고 화장품도 분명히 경쟁 우위에 있었다. 그런 면에서 시장을 어느 정도 차지한 것일 뿐이다. 우후죽순 회사가 생기고 들어오고 나가고 하고있지만 나는 이런 가운데 시간이 가고 중국의 실체를 알게 되는 기업들이 스스로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일하는 방식은 첫해에는 한국 기업들에게 원하는 대로 목표를 잡으라 하고 1년쯤 지나면 수치로 정리해 준다. 2년 차 계획을 세울 때는 지난 1년의 수치를 토대로(방문자 수, 매출 전환율, 객단가, 참여하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등) 추정 사업계획에 대한 수치를 제시해 준다. 2년 차가 지나면 우리가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 향후 한중 비즈니스 전망은
“지금은 가짜도, 거품도 빠지고 제대로 해 볼 만한 상황이 됐다. 중국에 대한 환상도, 낙관도 말고 제대로 민낯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접촉하는 한국 기업 중에서도 매출이 오르지않으면 중국의 쇼핑몰을 욕하거나 탓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우리는 티몰에서만 1000억원 이상 판다. 왜 안 되는지를 연구해야지 남 탓만 하는 것은 어리석다.
입장을 바꿔 본다면 듣보잡 중국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해서 롯데닷컴, 지마켓에 입점한다고 해도 한국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 것이다. 모르니까.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안 나오니까. 이게 누구 탓일까? 일등 마켓에 입점한다고 모든게 다 해결된 걸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마케팅, 네이버 키워드 광고, 파워블로거(중국에서는 ‘왕훙’)를 활용한 홍보활동과 함께 한국 유명 모델을 쓰거나 공항패션 같은 마케팅을 하면서 브랜드를 알려 가야지 롯데닷컴 MD가 밀어 준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중국도 똑같다. 티몰에 오픈하니까 다 된다는건 착각이다.
마케팅의 거품도 걷혀야 한다. 식품회사가 굳이 왕훙을 쓸 필요 없는데도 쓴다. 300만원, 400만원 하던 왕훙들이 이젠 한 번에 5000만원, 6000만원 달라고 한다. 물론 영향력이 있고 잘 활용해야 하지만 개중에는 한국 회사를 봉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이제 옥석이 가려지는 상황이다. 거품이 빠지고 한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대해 제대로, 잘 알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 분명한 것은 중국 오프라인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동안 백화점을 너무 많이 지었고, 망하는 데도 있다. 백화점의 마진 구조나 프로세스로 봤을 때 소비자들은 이제 백화점에서 물건을 안 산다. 너무 비싸서다. 이런 현상이 한국보다 심하다. 오프라인은 한국보다 비싸고 온 · 오프라인의 가격 차도 너무 심해 백화점에서 보고 나서 진둥에서 사는 식이다.
타오바오든 티몰이든 VIP든 찾아보면 없는 상품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백화점이 쇼룸으로 전락했고 ‘쇼루밍족’이라는 말은 중국도 동일하다. 또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전국화하려면 각 성마다 모든 조건과 상황이 다른데 영업조직, 직원을 두고 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으로 많이 들어오지만 또 온라인은 동시에 오프라인이 있어야 더 잘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지금 중국 사업이 잘되는 곳이 많지 않다. 중국 지사가 현지화되지 못하는 구조와 한계를 많이 봤다. 그중에 일부 업체는 효율적으로 잘하고 있는데 이런 곳은 본사에서 법인장을 신뢰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기업은 지사를 내고 3년쯤 돼 법인장이 중국을 좀 파악할 만하면 주재원을 바꾼다. 중국이 중요해지니 들어오려는 주재원이 많아져서 밀려 나가는 경우도 많다. 3~4일 출장 오는 경영진이 자신들의 중국 지사 직원 말보다 남의 말을 더 믿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중국에서 하고, 한국에서는 지사로서 필요한 것만 한다. 때문에 시장에 대한 반응이 뒤처지지 않는다. 중국 비즈니스를 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인의 파워가 강하고 의사결정이 현지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중국의 변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으로 국내에서 판단하면 착오가 많다.
중국은 쉽게 ‘안다’고 얘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이 중요하다면 정말 중요한 사람이 와서 몸소 시장을 개척하든지, 차라리 믿을 만한 파트너에게 아예 넘겨 버리든지 해야 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직진출이면서 이도 저도 아니고, 주재원으로 온 법인장은 의전만 하다 날 샌다. 인사권이 본사에 있다 보니 의전을 잘못하면 본사로 들어가서 자기 자리가 없어지니까 출장 온 사람들에게 골프, 술, 관광 접대하느라 일을 못 한다. 이런 거 말고 이제 정말 실질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 중국 진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
“최근 들어 한국이 놓치는 수혜를 일본이 받고 선호도가 부쩍 높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티몰에 너무나 다양하고 좋은 일본 브랜드들이 들어왔는데 우리가 뒤처지는 것을 실감한다. 거래해 보면 일본 회사는 유통을 지켜 준다. 총판이 있으면 아무리 돈으로 밀고 들어온다 해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면에서 우리는 반성할 점이 있다. 한국은 그런 비지니스 예의가 없지 않나.
일본의 경우 종합상사는 무역의 첨병 역할이 큰데 우리는 큰 기업들이 더 거래 관행상 나쁜 짓을 많이 한다. 이런 면에서도 우리가 구조적으로 밀린다.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시동이 걸리니까 일본이 확실히 앞서는데 국가로도, 기업으로도 한국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일본에 대한 중국 내 정서가 아무리 나빠도 좋은 물건은 산다. 특히 젊은 세대는 그런 의식도 없다.
회사의 의사결정을 하는 마인드와 관련된 것이라 뭐가 대세라고 할 순 없지만 길게 보고 투자할 생각이 없다면 무조건 파트너를 두고 진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브랜딩을 중요시한다면 직진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하지만 직진출은 너무나 많은 투자와 인내를 요한다. 큰 시장을 위해 내 상품의 경쟁력 분석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해야 하며 그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자신있게 밀고 들어가고, 그것이 아니라면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반면 온라인은 이제 직구시장이 열려서 한국에서 상품 대응을 잘 할 수 있다면 시장을 테스트하기에 너무 좋다.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고 인력을 고용하는 비용의 100분의 1만 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테스트 후에 잘되면 여러 종류의 파트너가 찾아와 기회도 열린다. 오프라인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다.
현재 「디자인스킨」의 경우 매장을 가진 중국 파트너와 합작해 오프라인을 풀고 온라인은 우리가 독점 전개한다. 중국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온라인은 전문성을 갖춘 우리가 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헤지스」의 경우 LF가 할 때보다 파트너에게 넘긴 후 더 잘된다. 보기 어려운 곳에 매장도 있고 광고도 보인다. 대현 등의 경우 라이선스 형태인데 생각이 분명하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이런 방식도 좋다고 본다.
직접 하면 다 갖겠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내가 패션기업이라면 무조건 파트너를 찾겠다. 좋은 파트너 = 좋은 배우자인데 무엇보다 계약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 이후에 달라지거나 나중에 다른 잣대로 들이대 소송을 하는 등 어이없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무리 내가 스스로 습득한 것이라 해도 다음번에 잘 안 되고, 또 절대 안 된다 생각하는데 잘 되기도 하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은 유럽도, 미국도, 일본도, 전 세계 누구나 두려워한다. 일본인을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일본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 왔다. 한국은 좀 무모하다 싶지만 용감하다보니 미국과 유럽 브랜드의 판권을 대신 운영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에이컴메이트는 중국 온라인 마케팅과 쇼핑몰로 시작해서 딴길로 새지 않고 그것만 해왔다. 중국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을 같이 하려는 기업에게 우리의 경험을 전수하며 동반성장하고 싶다. 한국기업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돕고 경험을 공유하며 팀웍으로 함께 성장하기를 원한다.”
송종선(宋锺善) | 에이컴메이트 상하이 대표
•에이컴메이트 상하이(2010년~현재)
- 티몰 한국관 운영 대행
- 중국 내 한국 브랜드 운영대행 및 중국 온라인 마케팅(이랜드, 알로앤루,
닥터자르트, 아모레퍼시픽, 롯데, 지마켓, 이마트, YG엔터테인먼트,
정관장 등 운영)
- 티몰글로벌 직영매장 운영(화장품, 패션, 건강식품 - tj21.tmall.hk,
thejamy.tmall.hk, hf21.tmall.hk)
•중국 상하이 최대 교민신문 ‘상하이저널’ 전자상거래 전문 칼럼
•KT그룹 e-Commerce 운영(1994~2010년)
•KT커머스 상무(2002~2010년)
- 바이앤조이닷컴 / ktmall.com 종합쇼핑몰 총괄
- 해외구매대행 쇼핑 엔조이뉴욕 총괄
•KTH 부장(1994~2002년)
- Contents Provider 개발 및 운영(쇼핑, 부동산, 증권 등 콘텐츠 개발 및 운영)
•동서증권(1992~1994년) 전산실 투자정보시스템 프로그래머
•이화여자대 수학과 졸업
[출처 : http://www.fashionbiz.co.kr]
송종선 에이컴메이트 상하이 대표
국내 온라인 1세대가 대체로 패션몰로 시작한 만큼 온라인 패션 전문가로 불러도 무색하지 않은 그녀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후 동서증권 전산실을 시작으로 지난 23년간 그가 걸어 온 길은 KT(E커머스 사업), 바이앤조이닷컴, 더제이미닷컴 등 온라인 일색이다. 94년 PC통신 시절부터 한국 온라인 시장의 변화를 경험한 이후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 역동적으로 바뀌는 대륙의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한 이력의 주인공이다.
10년 전 창업자인 강철용 대표가 중국에서 에이컴메이트를 설립한 이후 그녀는 2010년 이 회사에 합류했다. 직구로 출발한 에이컴메이트는 아직 한중 온라인 사업 비중이 크지 않았을 때 상하이에 설립돼 이후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그녀는 작년에 대표로 승진했다. 올해 에이컴메이트의 연매출은 2000억원(거래액 기준)이다. 이 중 에이컴메이트 상하이 법인이 1300억원, 더제이미닷컴이 400억원, 백방닷컴이 300억원의 비중이다.
에이컴메이트는 홍콩에 있는 지주회사(공동대표 강철용 이윤식)가 각국의 지사를 100% 지배하는 구조다. 상하이 지사 외에 CS센터가 있는 옌청(鹽城), 한국(더제이미닷컴, 백방닷컴), 소싱을 담당하는 미국 뉴저지, 이렇게 4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사드 국면 이후 냉각된 현재의 중국 상황에 대해 송 대표의 생각을 들어본다.
- 사드 국면 이후 한중 패션비즈니스는
“중국 소비자와 유통, 시장이 너무나 빠르게 성장 변화하고 있어 그것을 쫓아가기도 힘겨운데 그 가운데 맞이한 사드국면은 분명 위기다. 소비자만 봐도 중국 여성들의 패션, 화장,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정말 엄청나다. 이제 한국과 중국 여성을 잘 구별하기 어렵다. 외국인들만 가던 스타벅스에는 이제 줄을 서서 사야할 정도다.
사드같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 보면 중국 입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반면 한국은 모든 것을 한국 기준으로 본다. 중국 안에서 보면 한국은 전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 중국은 유럽,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좋은 브랜드들이 다 들어오고, 전 세계에 중국인이 안 가는 곳이 없고, 모든 국가와 네트워킹돼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랜드의 경우 중국에서의 성장이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과 역사를 같이했다. 백화점이 늘어나 이를 채웠어야 할 때 이랜드 한 기업을 잡으면 20~30개 브랜드가 들어오고, 그만한 감도를 맞춰줄 곳이 많지 않을 때 시장을 선점, 현지화하며 성장한 것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다른 한국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후 「자라」 「유니클로」 「H&M」이 모두 중국에 들어왔다. 시장성이 워낙 크니까 한국에 없는 전 세계 브랜드들도 다 들어온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인이 많이 오고 많이 사 주니까 우리를 아주 사랑하나 생각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영국, 프랑스, 일본에 갔을 때 거기 브랜드를 더 많이 좋아하고 더 많이 산다. 다만 물리적으로 가깝고 싸고 면세점에서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한국적 시각으로 과대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들을 재정립 해야 할 시점이다.”
- 에이컴메이트 사업 현황은
“에이컴메이트는 중국 내 쇼핑몰 판매대행으로서 티몰, 진둥, 샤훙수, VIP 등을 통해 브랜드 상품을 유통 · 판매하는 일을 한다. 단순한 운영 대행도 하고, 좋은 상품이 있는데 전문 인력이 없는 회사는 계약해서 아예 쇼핑몰을 운영해 주기도 한다. 라이선스 제품을 매입해 우리 명의로 온라인 브랜딩을 하기도 한다. 「정관장」 「닥터자르트」 같은 경우 우리 책임으로 물건을 사입하고 양 사가 노력해서 판매한다.
중국에서 우리는 한국 브랜드에 특화된 회사다.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상품을 다 판매하는 포트폴리오를 지향하지만 한국 비중이 가장 크다(90%). 한국 상품을 강점으로 성장도 많이 했지만 만약 우리가 중국 상품에 주력했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컸을 것이다.
단순 운영 대행은 의사결정권이 브랜드에 있고 우리는 오퍼레이션을 하는 방식이다. 될 만한 상품을 사서 우리가 마케팅을 붙여 판매하는 PB도 있는데 패션은 다품목이라 어려움이 있다. 현재 이랜드 키즈와 여성복, 지엔코의 「서스데이아일랜드」 「티아이포맨」, 더휴컴퍼니의 「UGIZ」, 「햇츠온」 「난닝구」 「알로앤루」 「제로투세븐」 「아모레퍼시픽」 이마트 등 30여개의 티몰 운영을 대행한다. 과거 패션이 100%였으나 현재는 50~60%, 화장품이 20~30%를 차지한다.
이 밖에 화장품 브랜드 「셀라피」의 경우 아예 우리가 주도해서 중국시장을 개척해준다. 운영 대행으로 시작해 이제는 많은 노하우와 업력을 갖춰서 단순 운영 대행 계약보다는 적극적인 관계로 진화하는 협력사들이 많다. 중국 회사는 매우 상업적이기 때문에 한국 회사들이 사후에 당황하거나 이해도가 다른 경우가 너무 많다. 중국 사람이 설사 한국말을 잘 해도 같이 회의를 하면 문화와 이해도가 다르다. 우리는 금방 돈이 되지않아도 차후를 위해 좀 더 결합도가 높은 일을 한다.”
- 중국에서의 성장 과정은?
“에이컴메이트는 그동안 중국 직구시장을 개척해 왔다. 독립 사이트인 더제이미닷컴으로 시작했다. 10년 전 물건을 사 가던 고객이 바로 타오바오의 셀러들이었다. 그 셀러들이 「난닝구」 「체리코코」 「스타일난다」 등 한국 상품을 중국에서 팔고 싶어 했는데 매일 신상품이 나오고 변화가 빠르니 제이미닷컴이 이를 대신해 줬다. 제이미에 회원가입을 하고 상품을 클릭하면 아주 간단하게 타오바오에 등록되도록 해 줬다.
중국 셀러들은 자기 고정고객군이 있어서 메신저로 고객과 소통해 판매 활동을 한다. 판매가 이뤄지면 우리 사이트에서 주문을 한다. 그러면 우리가 한국에 있는 제품을 그 고객에게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배송했다. 타오바오 셀러 입장에서 볼 때 한국에 안 가도 되고 제이미 사이트에 가서 알리페이를 이용해 위안화로 지불하기만 하면 알아서 고객에게 배송까지 해 주는 그런 편의를 제공해 준 것이다.
한국의 업체들에게는 아직 신뢰가 없던 초기라 주 단위 정산을 약속했고, 배송 지연을 막기 위해 물건 픽업을 위한 배송차를 돌렸다. 주 단위로 정산을 착착 해 주고 점점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검증되자, 점차 ‘제이미가 가져가면 월 1억원씩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업이 급성장했다. 지금 그쪽 시장이 많이 정체됐지만 여전히 한국 패션 도매 플랫폼으로서 50~100개사와 거래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토대를 마련했고 현재도 연간 400억~500억원 규모를 유지한다.
또 하나가 B2B2C(기업 간 거래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결합시킨 형태의 전자상거래) 모델이자 독립 사이트로 운영하는 백방(100bang)닷컴이다. 구매대행 사이트인 꼬포유닷컴(Gou4u닷컴)에 찾아 주는 기능을 도입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백방닷컴으로 바꾼 지 2년 됐다. ‘백방(100bang)’은 한국어로 ‘백방으로 알아봐 준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중국어로도 ‘100(百, 많은) + 방(帮, 돕다)’, 즉 ‘많이 도와준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소비자가 송혜교 사진만 올려도 그녀가 입고 있는 옷과 액세서리를 한국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찾아 준다. 이를 소비자가 구매하면 그 상품이 데이터로 저장된다. 현재 백방닷컴은 여전히 B2B 고객이 많은데 ‘지마켓에서 이거 10개 사 달라’ ‘11번가에서 사 달라’ 식으로 URL을 주기도 한다. 그럼 우리는 대신 구매해서 중국까지 배송해 주는 모델이다.
7년 이상 한국, 중국 회사들과 많이 일해 봤는데 초기에는 중국 진출도, 중국의 온라인 비즈니스도 활성화되지않아 매우 제한된 업체들과만 일할 수 있었지만,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직구시장이 열리면서 급속하게 커졌다. 이제 거래선을 소개해 주는 곳도 많고 인정도 받는다. 지난 3~5월에 사드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상반기 빅 세일의 결과를 보면 예상한 만큼 나와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에이컴메이트 직원은 총 450명인데 상하이 300명(한국인 9명 포함), 옌청 100명이고 한국에 40명, 뉴저지는 소싱이라 인력이 적다.”
- 한국 기업들의 對中 시각에 문제가 있다면
“지난 7년동안 수많은 한국 회사들이 물밀듯 중국 시장 진출과 함께 온라인에 밀려들었다. 하지만 직진출했다가도 이 시장을 단기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아서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이하이루 등 번화가에 매장을 냈다가 1년도 안 돼 매장을 접고 철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못 버티고 이랜드는 버텨서 오늘의 성과가 나왔다.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보면, 대부분 중국이 그냥 크다, 넓다, 들어가면 돈 벌 수 있다는 환상이 있다. 하지만 중국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면서 심지어 중국 소비자에 대한 연구도 하지 않는 것은 엄청 잘못된 시각이다.
직구시장이 열리면서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각하며 우수수 온라인에 들어왔지만 중국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문적인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 온라인이라 대충 될 거라 생각하는데 반드시 전문성이 필요하다. 중국어 하는 직원이 있어도 특수성이 있어 쉽지 않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한국 회사 입장에서는 들어가는 비용만큼 큰 매출을 기대하지만 쉽지 않다. 실적에 금방 실망하고 퇴점하거나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거짓말쟁이라고 하며 떠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중국은 변함없는데 한국 혼자서 업 & 다운 흥분했다가 실망했다가를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한국 회사들은 담당들끼리 공유하면서 알음알음 알게된 정도의 정보로 중국시장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중국 직구시장에 들어온 한 유명 회사의 경우 첫 달에 300만위안(약 6억원)은 매출을 올리겠지 생각했지만 나는 30만위안(약 6000만원)을 추정했다. 결과는 내 말이 맞았다. 그간의 경험 때문이다.
한국에서 80억원 매출을 올리면 중국에서는 200억원 올릴 수 있지 않나 단순히 계산하지만 그 매출은 불가능하다. 우선 경쟁 브랜드가 너무 많고 중국 공장에는 믿기지 않는 가격의 상품이 즐비하다. 한국 사람들이 10만원에 팔 만한 물건을 중국에서는 8000원에 판다. 하지만 사 보면 깜짝 놀랄 퀄리티다. 제품의 스펙트럼이 저가에서 고가까지 무척 넓다. 요즘 온라인 콘텐츠도 많이 좋아지고, 비주얼 촬영 실력도 많이 향상됐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끼리는 자기네 밭이니까 훨씬 더 잘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굳이 한국 상품을 사야 할 만한 이유가 별로 없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전 세계 경쟁의 장이다 보니 패션, 뷰티, 식품, 생활용품 등 어떤 카테고리든 이제는 전 세계 경쟁 우위에 있는 브랜드나 상품이어야 중국에서도 통한다. 한국의 SPA형 브랜드 상품을 사느니 티몰에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살 것이다. 아동복만 해도 유사한 디자인의 상품이 즐비하다. 중국인이 한국 아동복 브랜드를 좋아할 것이라는 건 환상이다. 실제로 중국 내의 아동복 시장을 보면 한국에서 생각하는 상품 풀이 100이라면 중국 기준으로는 1만, 10만개다. 그 가운데서 경쟁해 트래픽을 끌어와서 판매하려면 훨씬 더 힘들다. 한국은 단지 ‘원 오브 뎀’일 뿐이다.
물론 한국 패션 상품이 감도가 있고 화장품도 분명히 경쟁 우위에 있었다. 그런 면에서 시장을 어느 정도 차지한 것일 뿐이다. 우후죽순 회사가 생기고 들어오고 나가고 하고있지만 나는 이런 가운데 시간이 가고 중국의 실체를 알게 되는 기업들이 스스로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일하는 방식은 첫해에는 한국 기업들에게 원하는 대로 목표를 잡으라 하고 1년쯤 지나면 수치로 정리해 준다. 2년 차 계획을 세울 때는 지난 1년의 수치를 토대로(방문자 수, 매출 전환율, 객단가, 참여하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등) 추정 사업계획에 대한 수치를 제시해 준다. 2년 차가 지나면 우리가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 향후 한중 비즈니스 전망은
“지금은 가짜도, 거품도 빠지고 제대로 해 볼 만한 상황이 됐다. 중국에 대한 환상도, 낙관도 말고 제대로 민낯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접촉하는 한국 기업 중에서도 매출이 오르지않으면 중국의 쇼핑몰을 욕하거나 탓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우리는 티몰에서만 1000억원 이상 판다. 왜 안 되는지를 연구해야지 남 탓만 하는 것은 어리석다.
입장을 바꿔 본다면 듣보잡 중국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해서 롯데닷컴, 지마켓에 입점한다고 해도 한국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 것이다. 모르니까.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안 나오니까. 이게 누구 탓일까? 일등 마켓에 입점한다고 모든게 다 해결된 걸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마케팅, 네이버 키워드 광고, 파워블로거(중국에서는 ‘왕훙’)를 활용한 홍보활동과 함께 한국 유명 모델을 쓰거나 공항패션 같은 마케팅을 하면서 브랜드를 알려 가야지 롯데닷컴 MD가 밀어 준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중국도 똑같다. 티몰에 오픈하니까 다 된다는건 착각이다.
마케팅의 거품도 걷혀야 한다. 식품회사가 굳이 왕훙을 쓸 필요 없는데도 쓴다. 300만원, 400만원 하던 왕훙들이 이젠 한 번에 5000만원, 6000만원 달라고 한다. 물론 영향력이 있고 잘 활용해야 하지만 개중에는 한국 회사를 봉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이제 옥석이 가려지는 상황이다. 거품이 빠지고 한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대해 제대로, 잘 알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 분명한 것은 중국 오프라인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동안 백화점을 너무 많이 지었고, 망하는 데도 있다. 백화점의 마진 구조나 프로세스로 봤을 때 소비자들은 이제 백화점에서 물건을 안 산다. 너무 비싸서다. 이런 현상이 한국보다 심하다. 오프라인은 한국보다 비싸고 온 · 오프라인의 가격 차도 너무 심해 백화점에서 보고 나서 진둥에서 사는 식이다.
타오바오든 티몰이든 VIP든 찾아보면 없는 상품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백화점이 쇼룸으로 전락했고 ‘쇼루밍족’이라는 말은 중국도 동일하다. 또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전국화하려면 각 성마다 모든 조건과 상황이 다른데 영업조직, 직원을 두고 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으로 많이 들어오지만 또 온라인은 동시에 오프라인이 있어야 더 잘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지금 중국 사업이 잘되는 곳이 많지 않다. 중국 지사가 현지화되지 못하는 구조와 한계를 많이 봤다. 그중에 일부 업체는 효율적으로 잘하고 있는데 이런 곳은 본사에서 법인장을 신뢰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기업은 지사를 내고 3년쯤 돼 법인장이 중국을 좀 파악할 만하면 주재원을 바꾼다. 중국이 중요해지니 들어오려는 주재원이 많아져서 밀려 나가는 경우도 많다. 3~4일 출장 오는 경영진이 자신들의 중국 지사 직원 말보다 남의 말을 더 믿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중국에서 하고, 한국에서는 지사로서 필요한 것만 한다. 때문에 시장에 대한 반응이 뒤처지지 않는다. 중국 비즈니스를 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인의 파워가 강하고 의사결정이 현지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중국의 변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으로 국내에서 판단하면 착오가 많다.
중국은 쉽게 ‘안다’고 얘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이 중요하다면 정말 중요한 사람이 와서 몸소 시장을 개척하든지, 차라리 믿을 만한 파트너에게 아예 넘겨 버리든지 해야 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직진출이면서 이도 저도 아니고, 주재원으로 온 법인장은 의전만 하다 날 샌다. 인사권이 본사에 있다 보니 의전을 잘못하면 본사로 들어가서 자기 자리가 없어지니까 출장 온 사람들에게 골프, 술, 관광 접대하느라 일을 못 한다. 이런 거 말고 이제 정말 실질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 중국 진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
“최근 들어 한국이 놓치는 수혜를 일본이 받고 선호도가 부쩍 높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티몰에 너무나 다양하고 좋은 일본 브랜드들이 들어왔는데 우리가 뒤처지는 것을 실감한다. 거래해 보면 일본 회사는 유통을 지켜 준다. 총판이 있으면 아무리 돈으로 밀고 들어온다 해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면에서 우리는 반성할 점이 있다. 한국은 그런 비지니스 예의가 없지 않나.
일본의 경우 종합상사는 무역의 첨병 역할이 큰데 우리는 큰 기업들이 더 거래 관행상 나쁜 짓을 많이 한다. 이런 면에서도 우리가 구조적으로 밀린다.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시동이 걸리니까 일본이 확실히 앞서는데 국가로도, 기업으로도 한국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일본에 대한 중국 내 정서가 아무리 나빠도 좋은 물건은 산다. 특히 젊은 세대는 그런 의식도 없다.
회사의 의사결정을 하는 마인드와 관련된 것이라 뭐가 대세라고 할 순 없지만 길게 보고 투자할 생각이 없다면 무조건 파트너를 두고 진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브랜딩을 중요시한다면 직진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하지만 직진출은 너무나 많은 투자와 인내를 요한다. 큰 시장을 위해 내 상품의 경쟁력 분석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해야 하며 그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자신있게 밀고 들어가고, 그것이 아니라면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반면 온라인은 이제 직구시장이 열려서 한국에서 상품 대응을 잘 할 수 있다면 시장을 테스트하기에 너무 좋다.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고 인력을 고용하는 비용의 100분의 1만 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테스트 후에 잘되면 여러 종류의 파트너가 찾아와 기회도 열린다. 오프라인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다.
현재 「디자인스킨」의 경우 매장을 가진 중국 파트너와 합작해 오프라인을 풀고 온라인은 우리가 독점 전개한다. 중국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온라인은 전문성을 갖춘 우리가 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헤지스」의 경우 LF가 할 때보다 파트너에게 넘긴 후 더 잘된다. 보기 어려운 곳에 매장도 있고 광고도 보인다. 대현 등의 경우 라이선스 형태인데 생각이 분명하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이런 방식도 좋다고 본다.
직접 하면 다 갖겠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내가 패션기업이라면 무조건 파트너를 찾겠다. 좋은 파트너 = 좋은 배우자인데 무엇보다 계약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 이후에 달라지거나 나중에 다른 잣대로 들이대 소송을 하는 등 어이없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무리 내가 스스로 습득한 것이라 해도 다음번에 잘 안 되고, 또 절대 안 된다 생각하는데 잘 되기도 하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은 유럽도, 미국도, 일본도, 전 세계 누구나 두려워한다. 일본인을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일본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 왔다. 한국은 좀 무모하다 싶지만 용감하다보니 미국과 유럽 브랜드의 판권을 대신 운영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에이컴메이트는 중국 온라인 마케팅과 쇼핑몰로 시작해서 딴길로 새지 않고 그것만 해왔다. 중국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을 같이 하려는 기업에게 우리의 경험을 전수하며 동반성장하고 싶다. 한국기업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돕고 경험을 공유하며 팀웍으로 함께 성장하기를 원한다.”
송종선(宋锺善) | 에이컴메이트 상하이 대표
•에이컴메이트 상하이(2010년~현재)
- 티몰 한국관 운영 대행
- 중국 내 한국 브랜드 운영대행 및 중국 온라인 마케팅(이랜드, 알로앤루,
닥터자르트, 아모레퍼시픽, 롯데, 지마켓, 이마트, YG엔터테인먼트,
정관장 등 운영)
- 티몰글로벌 직영매장 운영(화장품, 패션, 건강식품 - tj21.tmall.hk,
thejamy.tmall.hk, hf21.tmall.hk)
•중국 상하이 최대 교민신문 ‘상하이저널’ 전자상거래 전문 칼럼
•KT그룹 e-Commerce 운영(1994~2010년)
•KT커머스 상무(2002~2010년)
- 바이앤조이닷컴 / ktmall.com 종합쇼핑몰 총괄
- 해외구매대행 쇼핑 엔조이뉴욕 총괄
•KTH 부장(1994~2002년)
- Contents Provider 개발 및 운영(쇼핑, 부동산, 증권 등 콘텐츠 개발 및 운영)
•동서증권(1992~1994년) 전산실 투자정보시스템 프로그래머
•이화여자대 수학과 졸업
[출처 : http://www.fashionbiz.co.kr]